2009년 11월 11일
<Less Than Zero> - Bret Easton Ellis
1991년 미국에서 <American Psycho> 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리고는 난리가 났다. 이 책을 쓴 사람은 분명 악마이다! 라며.
지금도 내가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집어들었을 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2000년 시드니의 'Gleebooks'라는 내가 좋아하던 서점에서 였는데, 시뻘건 배경에 가면을 쓴 양복입은 남자 그림이 그려진 소름이 오싹 끼치는 표지였다. 그 당시엔 이게 그토록 엄청난 논란에 휘말렸던 화제의 책이었다는 건 몰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로지 표지와 제목의 강렬함이 나를 끌어당겼다.
대체 어떤 책일까... 조금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책이 비닐랩으로 꽁꽁 묶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유인 즉슨, 미성년자 '관람'불가이기 때문. 음...영화만 이런 게 있는 줄 알았더니, 책도 이런 게 있구나...
그래서 할 수 없이... 샀다.
비닐 포장을 뜯는 손이 살짝 떨렸다. 도대체 어떤 책일까... 그리고는 400쪽이나 되는 책을 정말 숨도 크게 못 쉬며 읽어버렸다.
나 책 읽는 속도 진짜 느리다. 심지어 중간에 관두는 경우 심하게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뭐에 홀려서 읽은 것 같다. 정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만큼 읽다가 중간에 많이 덮었던 책도 없었던 것 같다. 왜냐구. 무서워서.
이 싸이코 주인공이 사람 때려 죽이고, 여자 성폭행 하고 죽여버리는 장면들이 이 책을 읽음과 동시에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것 같다. 묘사력이 그 정도다.
게다가 그 강도가 얼마나 엄청난 지. 왜 그런 거 있잖아. 너무 심하다 싶은 건 입에도 올리기 어려운 법인데, 술술술 거침 없이 써내려 간 거 같다. 이 정도면 이런 걸 머리에 떠올렸다는 것 만으로도 이 작가는 악마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심지어 이 엄청난 상상들을 천연덕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글로 옮겨놨다. 정말 작가가 아메리칸 싸이코다. (근데 홈페이지 가봤더니 너무나 멀쩡하게 생겼다 ㅋㅋ)
책장이 너무너무 쉽게 넘어가는데, 읽는 건 너무 너무 힘들어 죽겠는 거다. 그래서 수십 번을, 책을 일단 덮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표지를 노려보며, 과연 이 책을 계속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책을 다시 펼쳤다.
이런 경험은 정말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이후로 처음이었다. (죄와 벌과 쥬라기 공원 이라... 흠... ㅋ)
그래서 실제로 정말 너무너무너무 심한 장면 한 페이지는 결국 못 읽고 건너 뛰었다. 그 부분은 지금도 읽을 엄두가 안 난다.
그런데, 나 이 책 정말 좋아한다. 내가 평생 읽은 책 중 탑 텐 안에 든다. (읽은 권 수가 별로 많지 않아 경쟁률은 높지 않다 -_-;;)
책을 읽으면서는, '아.. 정말 이 과도한 묘사와 이런 상황의 반복이 정말 필요한 걸까?' 라는 생각도 좀 했다. 그러나,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전달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확신한다.
<Less Than Zero>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서두?가 길었다.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데뷔작으로 1985년 출간되면서, 역시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이 책은 아메리칸 사이코에 비하면 양반이다. 아주 얌전하다고 느껴질 정도.
그러나 작가 특유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지만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건조한 문체, (난 감정이 과잉된 1인칭 소설 넘흐 싫다-_-)
간결한 문체와 쉽지만 최적의 단어 선택, (좋다. 긴 문장에 어려운 단어 많이 나오는 책은 영어로 못 읽는다ㅎ)
비스무리해보이는 사건의 나열, 불필요한 반복처럼 보이는 와중에도 이것이 너무나 효과적이고, 이 자체가 주제라는 것, (인생이 그런 거잖아)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한꺼번에 후려친다는 것. (대단한 글쓰기 능력. 천재야)
희망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야 안 보인다는 점 (니힐니즘이라고 욕 먹었단다),
생각이라고는 없어보이는, 약과 술에 절은 잘 사는 집 아이들, 무례하고 무식하다기 보다는,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어서 아예 딴 것들은 안중에도 없는, 삶이 지겨운 인간들 등장
MTV세대의 작가란 칭호답게, 수많은 팝음악 인용,
기타등등 기타등등은 <Less Than Zero>와 <American Psycho>가 아주 닮은 꼴이다.
<Less Than Zero> 첫부분과 마지막 부분만 조금 인용하겠다.
People are afraid to merge on freeways in Los Angeles. This is the first thing I hear when I come back to the city. Blair picks me up from LAX and mutteres this under her breath as her car drives up the onramp. She says, "People are afraid to merge on freeways in Los Angeles."
........ (거대한 중략ㅋ)
The images I had were of people being driven mad by living in the city. Images of parents who were so hungry and unfulfilled that they ate their own children. Images of people, teenagers my own age, looking up from the asphalt and being blinded by the sun. These images stayed with me even after I left the city. Images so violent and malicious that they seemed to be my only point of reference for a long time afterwards. After I left.
# by | 2009/11/11 06:44 | 책 book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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